프랑소와 지라르 감독의 2007년 개봉작. 유럽을 비롯해 이집트, 러시아, 그리고 일본 등 다양한 지역을 무대로 여행기처럼 그려지는 각 지역의 광경을 사카모토는 클래식한 분위기의 음악으로 장식한다. 'First Trip to Japan'에서는 시베리아의 설원을 넘어 일본으로 향하는 여정을 현악기의 애절한 선율로, 그리고 호른 섹션과 심벌즈의 웅장한 음향으로, 마지막으로 돌피리의 선율로 이국적인 세계로 이끈다. 돌피리는 용피리를 연상시키는 음색이지만, 적당한 배음 성분이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잘 어울린다. 주인공이 일본에 도착해 도착한 눈 덮인 마을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피아노곡 'Snowy Village'는 잔향이 매우 길어 그 여운이 공기의 밀도와 차가움을 느끼게 해준다. 영화 곳곳에 사용된 피아노는 캐나다에 있는 글렌 굴드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것이라고 하는데,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느낌의 사운드는 굴드의 영혼을 이어받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이 마을에서 마음에 드는 여인을 만나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The Girl'은 느긋한 아르페지오로 연주되는 피아노에 바이올린이 스치는 듯한 소리로 얽혀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그 흐릿함과 음정의 흔들림이 서양과는 다른 동양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며, 비단 기모노를 입은 여성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주인공은 3번의 일본 여행을 하게 되는데, 사카모토는 가는 길과 돌아오는 길에 각각 주제곡을 만들고, 두 번째, 세 번째 여행 때는 상황 변화에 따른 변주곡을 만들어 영화 전체의 리듬과 시간의 흐름을 연출하고 있다. 그 외에도 피치카토를 살린 'Mill Theme', 'Building the Garden'과 같은 소품 등 전체적으로 클래식 매너에 충실한 음악이 많지만, 'Revolution'에서는 한 차례 전환하여 불온한 사운드를 전개한다. 사운드트랙에서 사카모토가 얼마나 많은 것을 끌어낼 수 있는지를 충분히 체험할 수 있는 작품이다.